내일을 그리는
공간 산책
동해의 용, 1,300년 만에 깨어나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개관
“나는 죽어서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리라”
문무대왕의 마지막 말이 드디어 살아 숨 쉬는 체험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감포 앞바다, 1,3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공간, 신라의 해양 역사 문화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완성되었다.
글 임숙영 사진 최다영
바다와 역사가 맞닿는 곳
경주에서 감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바다와 역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있다. 옛 대본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다. 이견대를 내려다보며 멀리 문무대왕릉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 자리에, 삼국통일이 완성된 676년을 상징하는 높이 6.76m의 유조비가 우뚝 서 있다. 탁 트인 마당에서 유조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문무대왕의 위업이 절로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관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감포 바다를 형상화하는 둥근 LED 조형물과 함께 문무대왕의 유언 그리고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구가 눈길을 붙든다. 체험과 휴식, 지역의 기억을 담은 1층을 지나 2층으로 오르면 본격적으로 ‘신라의 바다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라해양 실크로드 전시실’에서는 흥미로운 게임 콘텐츠로 해양 실크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상원사 동종과 연화문 녹유완 등 주요 유물 모형을 맞춰보고, 신라 장군을 직접 색칠한 후 대형 스크린에 띄워보는 코너는 아이와 어른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핵심 콘텐츠
‘미디어아트 전시실’
‘문무대왕 역사 전시실’에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영상과 바닥에 투사된 물결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빈백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신라의 거대한 무역선 위에 직접 올라선 듯한 기분이 든다. 문무대왕릉 바닷속을 헤엄치는 바다거북, 용으로 환생한 문무대왕릉과 마주하다 보면 마치 1,300년 전 신라인이 된 듯 빠져들게 된다.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 야외 전망대에 서면 문무대왕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지역의 추억과 현재를 잇는 곳
1층 한편에는 옛 대본초등학교의 추억을 기억하는 공간과 함께, 60대의 나이에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17개국, 33,000km 대양을 405일 동안 요트로 완주한 김영애 선장의 세계 항해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문무대왕의 정신으로 바다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 주인공이다. 반대편 통창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음료 한 잔은, 이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유다. 뮤지엄 굿즈와 경주만의 로컬 특성을 살린 아기자기한 굿즈도 눈길을 끈다.
신라 해양사를 잇는 새로운 거점
인근의 이견대, 문무대왕릉 그리고 감은사지로 이어지는 동선은 신라 해양사의 핵심을 한 흐름으로 읽게 해준다.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선생이 “경주에 가거든 문무대왕의 위적을 찾으라”라고 했던 말처럼, 이곳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해양 실크로드에서 오늘날의 해양문화까지, 바다를 통해 열린 세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공간으로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 힘차게 출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