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영광이
이다지도 경주로운

지금,
경주 바다를 걷다

감포깍지길은 감포항을 중심으로 약 80km 걸쳐 이어지는 해안 둘레길이다.
동해를 끼고 나란히 걷는다는 뜻에, 사람과 풍경이 깍지를 끼듯 이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주 시가지를 벗어나 마주하는 동해 바다는 탁 트인 수평선과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다.

임숙영 사진 최다영

송대말 등대

송대말 등대

감포해국길

정감이 넘치는 포구, 감포항

감포항은 대게철이면 활기로 가득하지만, 평소에는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지난 2025년 개항 100주년을 맞이한 감포항은 일제 강점기 시절, 전국의 자금이 모여들 만큼 번성했던 고장이다.
항구를 내려다보는 소나무 언덕 끝에는 흰 등대가 서 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송대말 등대와 마주친다. 뱃사람에게는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이정표이고, 육지 사람에게는 감포의 끝을 알리는 풍경이다. 한옥형 건물 위에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형상화한 구조는 감포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송대말 빛체험 전시관은 소소한 체험과 흥미로운 미디어 아트가 이어져 잠시 들러 구경하기 좋다.

골목에서 만나는 감포의 결, 감포해국길

감포항의 풍경을 뒤로하고 5분 남짓 걸으면 작은 국숫집과 철물점, 식료점이 늘어선 골목으로 접어든다. 고개를 돌리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이 이어지는데 바로 감포해국길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보랏빛 해국 그림이 군데군데 그려진 길은 정겹고 소박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카페와 야트막한 적산가옥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고샅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풍경은 그저 정겹다. 이름 모를 야생화, 낯선 이를 반기는 고양이…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찻집도 있고, 골목 안쪽에는 카페 맛집도 숨어있다. 오래된 목욕탕 건물은 원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젊은이들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즈넉하고 오래된 골목, 감포해국길에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감포항

감포항

전촌용굴

전촌용굴

나정고운모래해변

나정고운모래해변

바다가 빚어낸 작품, 전촌용굴

전촌항은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항구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용굴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 계단을 따라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에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데크길 끝에서 내려다보이는 굴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마리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사룡굴이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용굴의 포토존은 일출 무렵 가장 빼어나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용 한 마리가 살았다는 단용굴도 나온다. 자연이 빚어낸 조형미 앞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절로 느려진다.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핫플로 알려진 덕에 활기가 넘쳐난다.

짭조름한 갯냄새, 나정고운모래해변

전촌항에서 20분 남짓 걷다 보면 나정고운모래해변에 도착한다. 솔숲 사이로 캠핑을 즐기는 풍경이 펼쳐지고, 바다를 보며 걸어온 시간은 소박한 어촌의 풍경과 함께 가슴속에 담긴다. 부드러운 모래를 지나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둥글게 다듬어진 자갈이 색다른 감촉을 전한다.
샤워장과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차박 캠핑으로도 인기가 높다. 바닷물이 비교적 따뜻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파도를 바라보며 한참 쉬다가 맨발로 고운 모래를 밟으며 걷노라면,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나는 기분이다.

동해의 기운을 품다, 이견대와 문무대왕릉

완만한 구릉을 지나 한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일상의 속도를 늦춰준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한결 부드럽다. 소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에 걸음이 절로 멈춘다. 길가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숨을 고른 뒤 이견대로 향한다. 이견대 뒤편에는 새로 문을 연 문무대왕해양역사관이 자리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운동화를 벗고 잠시 이견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이 자리에서 아버지의 뜻을 마주했던 신문왕의 마음이 아련하게 전해진다.
데크길을 따라 내려선 해변에서 만나는 바다는 한층 더 강렬하다. 문무대왕릉 앞에 서면 동해의 기상이 온몸으로 밀려든다. 감포깍지길은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과 맞닿아 있다. 바다와 풍경이 서로 손을 맞잡듯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경주의 여름은 시작된다.

경주 이견대(慶州 利見臺)
문무대왕릉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정자.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건물이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받들어 제31대 왕인 신문왕이 681년에 세웠다. 발굴조사 때 건물이 있던 자리가 발견됨으로써 신라의 건축양식을 추정하여 오늘날 새롭게 다시 지었다.

경주 바이브Rediscovering APEC 2025
in the Light of Spring
우리가 만드는 경주, 함께 여는 미래우리가 만드는 경주, 함께 여는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