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그리는
경주 바이브
두 바퀴로 만나는 경주
타실라와 함께 달리는 가을
페달을 밟는 순간, 경주의 가을은 조금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북천과 형산강 둔치를 따라 바람을 가르고, 보문호의 단풍길을 천천히 달린다. 남천 물길을 따라 월정교와 오릉을 지나면 천년 왕경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번 가을 타실라와 함께 가장 경주다운 길을 달려보자.
글 임숙영 사진 최다영, 박진형
타실라
타실라는 ‘신라’와 같은 발음을 활용하고 ‘자전거 타실래요?’라는 의미를 담은 경주시 공영자전거 브랜드다. 경주 곳곳 100여 개 대여소에서 자유롭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북천과 형산강 둔치, 한 바퀴
페달을 밟자 북천을 따라 선선한 바람이 먼저 달려온다. 함월산에서 시작된 북천은 보문호를 지나 형산강으로 흘러든다. 신라시대에는 알천(閼川)이라 불리며,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하던 물길이었다.황성공원을 지나 형산강 둔치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누구나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다. 강변에는 코스모스와 억새가 바람결에 천천히 흔들리고, 이른 아침이면 옅은 물안개가 강 위를 감싼다. 저녁이면 붉게 물든 노을이 강변 위에 길게 번지고, 자전거 그림자도 길어진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 황룡사 터를 걷고 헌덕왕릉에 들러보자. 강을 따라 흐르는 물길과 천년 유적이 풍경 안에 머문다.
• 잠깐 브레이크! 황성공원, 분황사, 황룡사지, 헌덕왕릉
• 북천·형산강 코스: 약 8km · 약 40~50분
보문관광단지, 한 바퀴
보문관광단지에 들어서면 자전거의 속도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호수를 바라보며 이어지는 도로와 산책길 주변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가을빛을 더하고, 잔잔한 수면은 하늘과 숲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페달을 밟다 고개를 들면 오리배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호수 너머로는 호텔과 숲이 어우러져 경주만의 풍경을 완성한다. 달리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도 좋다. 동궁원과 라원, 우양미술관을 둘러보고 호숫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자. 해 질 무렵이면 물너울교와 호숫가 경관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노을빛이 호수 위로 길게 번진다. 낮에는 시원한 호반 풍경을, 밤에는 반짝이는 야경을 만날 수 있다.
• 잠깐 브레이크! 동궁원, 라원, 우양미술관
• 보문호 코스: 약 8km(호수 순환) · 약 1시간
남천 따라 월정교와 오릉, 포석정지 한 바퀴
남천을 따라 달리는 길에서는 경주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토함산 자락에서 시작된 물길은 불국동과 월성 일대를 지나 형산강으로 흘러든다.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천년 왕경의 풍경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길이다.
월정교를 지나 오릉과 남산 방면으로 달리면 고즈넉한 남천과 신라 왕릉이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조금 더 가면 나정과 포석정지, 삼릉숲이 차례로 나타난다. 자동차였다면 스쳐 지나갔을 골목도 자전거길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게 된다.오래된 도시를 가장 천천히 만나는 방법이다.
• 잠깐 브레이크! 교촌마을, 월정교, 오릉, 포석정지
• 남천·월정교·오릉 삼릉 코스: 약 12km · 2~3시간

※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한다. ‘차’로 간주하는 만큼,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에는 인도가 아닌 도로를 이용하여야 한다.
도로 오른쪽 차로를 이용하고, 통행량이 많은 차도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릉원, 동궁과 월지, 국립경주박물관, 도심 한 바퀴
타실라를 타면 목적지보다 그 사이의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동부역사유적지구 일대도 대부분 평탄한 지형이라 자전거 타기에 좋다. 황리단길 카페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시장 골목에서는 따끈한 국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바람의 결을 느끼고, 은행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골목마다 다른 냄새를 기억하게 한다.
느리게 달릴수록 더 많이 보이는 도시.
올가을, 경주는 두 바퀴 위에서 가장 아름답게 펼쳐진다.
• 잠깐 브레이크! 황리단길, 성동시장, 대릉원, 첨성대, 국립경주박물관
• 경주역사유적지구 코스: 약 5km · 약 3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