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관광

#1. 11월의 풍경 노거수 은행나무의 노란 물결

▲ 운곡서원 은행나무

수백 년 풍파를 이기며 견뎌낸 그 오랜 시간은 어머니의 품 안과 같이 자애롭고 너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여전히 잎사귀를 틔우고 또 시절에 맞게 물들며 열일하는 노거수 은행나무를 찾았다. 11월 초·중순 만날 수 있는 한정판 풍경, 그 눈부신 그림 속으로 출발.

운곡서원 은행나무

▲ 운곡서원 은행나무

평소라면 고요하고 한적했을 강동면 왕산리의 한 서원이 11월 초·중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보기 위함이다. 안동 권씨의 시조인 권행과 조선시대 참판을 지낸 권산해, 군수 권덕린을 기리고자 건립된 운곡서원 이야기다. 서원은 문중에서 관리해 내부 관람이 어렵지만 서원 바깥 영역의 정자인 유연정과 그 앞의 노거수 은행나무가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 방문객을 홀린다. 추정 수령이 약 300년에서 400년 사이의 아름드리나무 기둥에서 뻗어나간 가지에 붙은 빼곡한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까지 더해지면 주변은 온통 노란 물결 일색. 잊지 못할 경주의 가을 한 프레임을 운곡서원에서 남겨본다.

운곡서원 은행나무

운곡서원 은행나무

하곡리 은행나무

▲ 하곡리 은행나무

경주 안강읍 하곡마을의 입구를 묵묵히 지키고 선 하곡리 은행나무를 만나러 간다.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정자목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이 나무는 추정 수령이 약 300년이다. 나이에 걸맞게 높이 22m, 둘레는 6.4m로 어른 대여섯 명이 함께 팔을 둘러야 감쌀 수 있는 정도로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11월 초·중순에 찾으면 황금빛으로 물든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나무 아래에 정자와 피크닉 테이블 등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머물러가기 좋다.

하곡리 은행나무

하곡리 은행나무

동부동 은행나무

▲ 동부동 은행나무

경주 시가지 안에 수령이 500여 년에 달하는 노거수 은행나무가 있다.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뒤뜰에 자리한 동부동 은행나무다. 향토사료관은 조선시대에는 관아였고, 현재의 국립경주박물관이 지어지기 이전 경주 박물관으로 활용되었던 곳인데 도심 속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함이 감돈다. 동부동 은행나무는 2그루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로 조선시대 관아를 지을 당시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나무 물들 때면 뒤뜰 전체가 노란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동부동 은행나무

동부동 은행나무

#2. 특별한 행사 2025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 대릉원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의 밤이 빛과 이야기로 물든다.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이 우리를 찾아온다. ‘대릉원 몽화, 천년의 문이 열리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신라 왕족과 귀족들이 잠든 신비로운 천 년의 고분 공원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연출하는 색다른 콘텐츠이다. 대릉원 일대의 크고 작은 고분과 구조물을 도화지 삼아 미디어파사드, LED조명, 모션캡쳐, AI 인터랙티브 등 현대의 기술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고 또 체험한다.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미디어아트

메인 공연인 ‘대릉원 몽화’ 공연은 거대한 고분 황남대총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신라와 마립간의 역사를 빛으로 복원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이 황남대총 남분과 북분 봉분에 투사된다. 봄날 인생 사진 명소로 잘 알려진 목련 포토존에서는 ‘시간의 순례’라는 제목의 미디어아트 공연이 매일 밤 고분을 수놓는다. 동문 인근 돌담과 미추왕릉 바깥 돌담에서는 모션캡쳐, AI인터랙티브 기술로 구현한 체험형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정문 입구에서 시작되는 솔숲에는 알 모양 조명이, 산책로 곳곳의 조경수에도 LED 조명이 설치되어 몽환적인 밤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체험 콘텐츠도 알차다. 주요 미디어아트 공연 스폿을 돌며 스탬프를 찍어 기념품을 받는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캐리커쳐, 종이 등 만들기 등의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유료 관람이었던 천마총의 경우 미디어아트 행사 기간 중 무료로 개방되니 여행에 참고 바란다.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미디어아트

#3. 특별한 전시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 신라금관 6점 (사진 일부 출처. 국가유산청)

2025년 APEC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한 전시가 마련되었다. 신라 금관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104년 만에 6점의 금관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 깊은 전시이다.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특별 전시는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라역사관 3a실에 꾸려졌다. 금관뿐만 아니라 신라 왕실의 위신을 상징하는 금제 허리띠 장식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

▲ 신라금관 특별전 포스터

최초로 금관이 출토되어 고분의 이름을 금관총이라 부르게 되기까지 한 ‘금관총 금관’과 금 허리띠를 비롯해 황남대총 북분, 천마총, 서봉총, 금령총의 금관과 금허리띠, 그리고 교동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까지 6점의 금관을 통해 황금의 나라 신라의 진면모를 체감한다. 황남대총 남분 금 허리띠, 천마총 출토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도 함께 전시되어 신라의 세밀한 기술과 화려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전시 도입부에서 나뭇가지 모양,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 등 신라 금관의 외형과 장식에 숨겨진 의미를 살피며 본격적인 전시가 이어진다. 각 금관의 발굴 이야기와 신라 왕권의 위신에 대한 탐구, 그리고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모하는 금관의 형태를 살피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문화 행사 중 하나인 이번 특별전은 K-컬쳐의 뿌리인 신라의 예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다. 전시는 10월 28일부터 시작되지만, 일반 관람은 APEC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인 11월 2일부터 가능하다. 12월 14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4. 테마 여행 천년 이음 스탬프투어

▲ 성동시장

경주 원도심의 관광 명소와 삶의 정취가 묻어나는 전통시장을 같이 둘러보는 스탬프투어 한번 해볼까? 경주 관광 통합 플랫폼 ‘경주로ON’에서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천년이음 관광 스탬프투어’ 콘텐츠를 준비했다. 9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약 3달 간 운영되는 스탬프투어는 필수 코스와 선택 코스를 원하는 대로 조합해 스탬프를 완성하고 조합에 맞는 기념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통시장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기획이기에 필수 코스는 성동시장, 중앙시장, 황남시장, 경주중심상가(금리단길) 등 4곳이다.

성동시장

성동시장

중앙시장

중앙시장

성동시장은 옛 경주역 앞에 자리한 도매 상설시장으로 중앙시장과 함께 경주 최대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떡볶이, 순대, 우엉김밥과 한식뷔페가 있는 먹자골목이 특히 인기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중앙시장은 2일, 7일로 끝나는 날 장이 크게 열리는 오일장 풍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시설 현대화는 물론 북편 아케이드에는 야시장까지 열려 살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황리단길 중심부에 자리한 황남시장은 옛 정취와 젊은 감각이 어우러진 곳이다. 여행자를 위한 물품보관소가 있고, 감성 가득한 카페, 소품점, 낭만적인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주점이 여럿 모여 있다. 마지막으로 원도심의 중심 상가는 금리단길로 단장해 한층 활기가 더해졌다. 경관 조명과 빛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밤에 특히 아름답다. 패션의 거리, 카페 거리 등 테마 거리는 물론 골목골목 노포 음식점이 가득하다.

황남시장

황남시장

금리단길

금리단길

필수 코스와 함께 경주 원도심 주변의 관광 명소 13곳 중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선택하여 스탬프투어를 완성한다. 황룡사지, 국립경주박물관, 동궁과 월지, 경주월성, 월정교, 교촌마을, 첨성대, 대릉원, 황리단길, 천마총, 금관총, 경주읍성, 경주문화관1918이 선택 코스 장소들이다. 필수 코스 4곳과 선택 코스 2곳을 방문하면 수저 세트를, 필수 코스 4곳과 선택 코스 7곳 방문을 완성하면 온누리상품권(1만원)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각 여행지가 도심권에 모여 있어 여행 코스를 부담 없이 계획할 수 있으니 여행하며 스탬프 찍고 기념품까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선택 코스 황룡사지

선택 코스 금관총

#5. 경주 쇼핑 기념품 하기 좋은 경주의 술

경주의 특산물을 이용한 막걸리, 경주의 문화유산에서 영감을 얻은 수제 맥주까지. 황리단길에서 기념품 하기에 좋고, 또 문득 한기가 돌 때 몸을 녹이는 풍미 가득한 한 잔의 술을 시음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경주맥주 직판매장

▲ 경주맥주

1세대 수제 맥주 브루어리인 화수 브루어리에서 운영하는 맥주 시음 및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다. 화수 브루어리는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로컬 맥주를 선보인다. 바나나향과 열대꽃인 클로브향이 가미되어 바이젠 특유의 깊은 향을 느낄 수 있는 ‘경주맥주’가 가장 먼저 출시되었다. 이후 경주의 문화유산에서 영감을 받은 조합으로 주조한 다양한 수제 맥주 라인업을 차례로 내놓았다. 신라의 금관처럼 황금빛을 띠는 가벼운 바디감의 ‘금관 맥주’, 곡물의 고소함과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황리단길 도펠북’, 얼굴무늬 수막새의 고혹적인 미소를 닮은 흑맥주 ‘신라의 미소’, 신라시대 놀이기구인 주령구에서 착안한 ‘주령구 IPA’ 등 스토리텔링이 있는 맥주 라인업을 만난다. 황리단길 내 황남시장에 문을 연 직판매장에서는 맥주 무료 시음을 해볼 수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테이블과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 마시고 갈 수도 있다.

경주맥주

경주맥주

경주맥주

경주맥주

탁월 생막걸리

▲ 탁월

황리단길 메인 도로변인 포석로에 자리한 탁월은 전통 막걸리의 가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생막걸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산 쌀과 생과일,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막걸리를 내어놓는다. 15일의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 1병의 막걸리는 질 좋은 곡물과 과일의 풍미에 부드러운 천연 탄산이 더해져 혀끝을 즐겁게 한다. 경주 이사금 쌀을 사용해 빚은 ‘초월’, 국내산 찰보리가 들어간 ‘만월’, 국내산 석류와 비트, 복분자로 붉은빛을 띠는 ‘홍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찹쌀 100%의 생막걸리 ‘탁월’까지 4종류의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다. 매장에서 시음을 해보고 술을 구매할 수 있다.

탁월

탁월

탁월

탁월

#6. 경주 미식 여행 금리단길 족발 노포

가마솥 족발

▲ 가마솥 족발

20년 넘도록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의 사랑을 받는 족발집이다. 봉황로 문화의 거리에 자리하는데 최근 기존 자리에서 현대식 내부 공간으로 단장한 바로 옆의 새 둥지로 이전했다. 매일 아침 커다란 가마솥에 족발을 삶고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면 영업을 끝낸다. 은은한 한약재의 향과 간이 적절하게 밴 족발은 야들야들함이 일품이다. 족발을 시켜도 보쌈김치가 함께 내어지는 점이 독특하다. 족발과 보쌈이 주메뉴이고 쟁반국수, 된장찌개 등 곁들임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점심시간,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는 편이고 재료 소진으로 안내된 영업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가마솥 족발

가마솥 족발

천호동 감자탕 왕족발

▲ 천호동 감자탕 왕족발

현지인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음알음 알려진 곳이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딱 3시간만 영업하며 족발과 감자탕 2가지 메뉴가 전부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좌식 테이블이 이 집의 내공을 대변한다. 이 집의 족발은 머릿고기 수육과 같은 단단한 식감이 느껴지는 족발로 여느 족발집의 족발과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잡내가 전혀 없고 느끼하지 않아 쉴 새 없이 젓가락을 부른다. 함께 내어지는 채소 겉절이를 곁들이면 입안에 개운함이 감돈다. 양파 절임, 물김치 등 직접 담근 밑반찬도 제 몫을 다한다. 비정기 휴무로 사전 문의 후 방문을 권한다.

천호동 감자탕 왕족발

천호동 감자탕 왕족발

#7. 카페 투어 책이 있는 쉼의 공간

우연히 책방

▲ 우연히 책방

책방지기는 우연히 들른 작은 책방에서 펼쳤던 책과의 인연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방을 열었다. 직접 경험한 ‘우연한 책방과의 만남’, 그 따뜻한 감성을 모두와 나누고자 북카페 우연히 책방을 꾸몄다. 책방지기가 큐레이션 한 독립 출판 서적이 한쪽 책장을 채우고, 소장 도서를 편안하게 읽고 갈 수 있게 코너의 책장을 채워 놓았다. 또 다른 벽면에는 ‘우연히 한 권’ 책이 준비되어 있다. 포장지에 수기로 쓰여 있는 일부의 글귀만 보고 책을 구매하는 일종의 럭키박스다. 뜻밖의 만남으로 얻은 책 한 권이 더 소중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연히 책방

우연히 책방

독립서점 각도 · 북바 나태

▲ 북바 나태

술과 책이라니, 물음표를 찍게 되는 조합이지만 나른함과 여유라는 연결고리가 둘을 찰떡 조합으로 만든다. 경주 읍성 건너편의 상가 2층에 자리한 북바 나태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곳이다. 독립 서점인 각도와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곳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책방 각도를 만나고,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공간은 북바 나태로 변신한다. 책방 각도에서는 짙은 책 냄새와 고요의 시간을, 나태에서는 한 잔의 술과 책, 그리고 이야기가 오가는 따사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후 5시 이후부터 각도는 무인 서점으로 운영된다. 칵테일이 주를 이루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위한 무알콜 음료도 준비되어 있다.

북바 나태

북바 나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