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주역의 삶
글 글 _ 오미령  사진 사진 _ 한상훈 
사진 사진제공 _ 한국철도공사
자료 자료제공 _ 경주시청 폐철도활용사업단 경주역부지활용팀
오랜 세월 동안 경주의 관문이자 지역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던
경주역이 오는 12월 말 문을 닫는다.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역’으로써의 기능은 상실하겠지만
경주역사와 광장은 문화·체험·전시공간으로 경주시민 곁에 남아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경주역, 그리고 문화플랫폼으로 재탄생할 경주역의 삶을 함께 만나보자.
경주역은 언제든!
언제가도 좋은 경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시다. 또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그 어느 때에 가느냐에 따라 경주가 주는 느낌은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경주 어디선가 찍은 사진을 앨범 속에서 발견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떠난 수학여행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큰 역사의 흔적을 바라보다 그 품격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경주는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나이가 들어서는 경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곳곳을 걸어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다른 기억으로 스며들 수 있는 경주. 그 중심에는 경주역이 있다.
경주역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광장 한편에 ‘황오동 삼층석탑’이 있다.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것은 아니고 효공왕릉 부근인 경주 동방동 사자사 절터에 있던 것을 1936년 경주역 앞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경주역은 특이하게도 매년 1월 1일이 되면 직원들이 단체사진을 찍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191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 풍습이 이어졌다고. 일부는 역사 내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에 전시되어 있다.
경주역
경주역
경주역에서는 어디든!
천년고도의 도시답게 경주역의 외관은 한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 안 곳곳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편리함과 모던함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공간만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경주역. 그리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경주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경주역은 ‘내일로’ 시즌만 되면 이용객들로 붐볐다. 그도 그럴 것이 경주역 일대는 교통의 요지로 시내버스 노선 대부분이 경주역에 정차하기 때문이다. 경주역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경주의 관광지는 다 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경주역에서 20~30분만 걸으면 대릉원, 첨성대, 월정교, 동궁과 월지 등을 갈 수 있다. 비록 이제는 경주역에서 시작하는 경주 여행은 떠날 수 없게 됐지만, 그 앞을 지날 때면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추억을 뒤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경주역의 주요역사

1936년 | 표준궤 개궤에 따라
신축 역사 준공
1947년 | 5급 역으로 격상
1974년 | 4급 역으로 격상
2013년 | 철도기념물 지정
경주역이라면 무엇이든!
경주역은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 따라 12월에 문을 닫지만, 역사는 철도기념물로 지정되어 원형 그대로 보존된다. 폐역 이후에는 모든 업무를 신경주역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사실 경주시는 폐역·폐선이 될 경주역·광장·철도 부지에 공공청사, 상징타워, 상업시설 등 행정·문화·상업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중심 공간 조성을 구상한 바 있다. 하지만 종합개발계획 수립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주역 문화플랫폼’을 임시활용방안으로 결정하였다.
경주시가 구상하는 ‘경주역 문화플랫폼’은 다음과 같다. ▲전문예술과 생활예술을 아우르는 전시관 ▲다양한 콘서트와 소규모 공연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특색 있는 문화·예술 공연 및 행사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아트프리마켓·버스킹 공연 ▲청소년어울림한마당 ▲공용자전거 대여소 ▲관광객 및 시민들의 휴식 공간
많은 이의 추억이 가득한 경주역에 문화플랫폼이 조성되면 인근 관광지원과 더불어 옛 도심권역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역
누구든! 경주역을 기억할 것
만약 경주역에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기에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이제는 우리가 경주역과 이별할 때가 찾아왔다. 하지만 괜찮다. 이별의 슬픔은 잠시일 뿐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우리와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경주역
경주역
경주시 폐역 현황
이번 복선전철개통으로 폐역 되는 역은 경주역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그 쓸모가 사라지자 하나 둘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어진 역이 여럿 있다. 경주역과 함께 불국사역, 안강역, 나원역, 모화역, 사역, 입실역, 서경주역, 건천역, 모량역, 아화역 등 총 17개의 역이 12월 말에 폐역 될 예정이다. 또 이미 폐역이 되어 그 형체만 남아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역도 있다.
한편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 따라 오는 12월 신설 개동되는 복선전철 운행구간은 KTX노선(서울-신경주-부산), 중앙선 노선(청량리-서경주-포항/청량리-서경주-부전), 동해선(부전-신경주-포항)이다. 신경주은 경주역과 통합 재편될 예정이다.
icon 경주시 관내 철도 현황도

경주시 관내 철도 현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