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gyeonju

오랫동안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경주로 이주를 하고 나니 직장도 관두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경주시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채용광고를 보고 몇번 응시를 하였다.
서류접수를 하고 면접을 보러 간 곳이 양남쪽에 있는 월성원자력방폐장...라는 곳이었다. 미비된 서류를 보충하라고 해서 보냈기에 상식적으로 그정도면 거의 합격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낙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낙방한 원인을 알 수 없어서 혼자 속단하기론 나이가 많아서 그런것 같다고 말았다.
그런데 면접장의 풍경이 거창하다 못해 살벌할 지경이었다.
3~4명의 면접관과 보조하는 사람들까지 거창하게 면접을 보는데 고작 6개월짜리 기간제 직원을 채용하는데 저렇게까지 하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이 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꼴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류를 내는데 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6~7번을 갔는데 이유도 없이 그냥 모조리 낙방이었다.
그러다가 나정항 어촌뉴딜사업 사무장을 채용하는 공고에 응시해서 면접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담당직원에게 수험자가 몇명이냐고 물으니 분명히 2명이라고 말했다.
확률은 50%구나 하고 짐작하고 경주시청으로 향했는데 사무실에 갔더니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한명 앉아 있었다. 그런데 모자를 쓴 남자가 한명 들어오는데 아는척을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는 면접관이었는데 얼른 내앞에 앉은 여자를 지나쳐 직원들과 친분이 있는 듯 여러책상을 돌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그 사이에 한명의 여자가 더 들어왔다. 직원의 말과 달리 면접볼 사람은 3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장이라는 자리는 나이로보나, 경력으로 보나 내가 빠지는 자리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낙방이었다. 나는 절망감마저 느꼈었다.
그리고 나서도 양동마을에서 매표원자리에 지원을 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수험생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더니 "자기들끼리 아는 사람들이 지원하고 눈짓하고 하더라. 면접 보나마나 합격하기 어려워요." 근거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면접에 응했으나 역시나 실패였다. 물론 경쟁자가 워낙 많아서 장담할 수 없는 자리였기에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몇군데 면접을 보고나서 느낀건데 청년들이 너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고,
두번째는 면접이라는 명분으로 서류만 접수해서 1명 채용하는데도 10명을 오라고 한다든지, 3명을 채용하는데 수십명을 오라고 하는등 너무나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차라리 될만한 사람을 2배수나 3배수로 추려서 면접을 보고, 확률을 높여주는게 그나마 수험생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었고,
그리고 면접을 보더라도 기준이 뭔지가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공정성마저 의심스럽게 하는 것은 인터넷으로 모집광고를 하는 의미가 퇴색되는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