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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살려주세요!!!

  • 참여인원 : 191
  • 카테고리보건·복지
  • 신청인차**
  • 청원시작2020-06-23
  • 청원종료2020-07-23
청원 내용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주에서 성인 지적장애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올해 2월 갑작스레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연일 뉴스가 보도되고 아직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발 n차 감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이 살고있는 경주지역은 오늘, 6월 18일을 기준으로 58일째 코로나 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53일째 코로나 19 추가 확진자 없는 청정 경주!」 라는 안전안내문자까지 받아 더욱 안도감이 들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공무원과 의료진, 그리고 협조적인 시민 덕분에 서서히 코로나라는 불씨가 꺼져가고있고, 두달넘게 닫혔던 교문이 서서히 열려, 학교, 학원 등이 줄줄이 개학, 개원하여 부모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저희 아이와 같이 장애가 있는 성인기 발달장애인이 이용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장애인복지관의 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습니다. 몇 번이나 전화하여 언제쯤이면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시청에서 개관하라는 연락이 없다.” 였습니다.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을 보호하려는 경주시와 장애인복지관 관계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뚜렷한 대책없이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은 창살없는 감옥에서 하루하루 기약없는 출소날만을 기다리는 죄수의 마음처럼 무겁기만 합니다. 타인에게 싫은 말 한마디 안 하고 평생 남에게 피해주지도 않고 착하게만 살아온 저희 아이는 언제쯤이면 출소할 수 있을까요? 저와 같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하루하루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내일은 다시 불러줄거야, 내일이면~ 복지관에서 연락이 오겠지... 내일은 다른 대안이 생길거야... 하루하루 실망감만 더해질 뿐입니다. 코로나 이후 복지관에서 할 수 없는 평생교육을 엄마와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취미를 위해 사설체육관으로, 사설 음악학원으로.. 건강한 여가생활을 위해 산으로 바다로... 힘들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도 함께 나오길 잘했다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평생 거동이 가능한 날까지 이 아이를 위해 살아야하는구나 라는 막막한 삶의 현실에 어깨가 무거워지고는 합니다. 얼마 전 뉴스로 나와 같이 성인기 발달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던 엄마가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뉴스내용을 보니 그 아이도 우리 아이와 같은 중증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성인이 되자 턱없이 부족한 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투쟁현장에서 목소리를 높혔고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합니다. 아이는 작년까지는 센터에 다녔지만 올해 코로나로 센터가 휴관하며 집에 고립되어 생활하자 도전적 행동이 심해져 정신병원 입원을 하였고 주간보호센터에 다닐땐 문제없었던 아이였으니 퇴원시켜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을 시작하자는 그 지역 장애인단체 직원의 권유로 마음먹고 정신병원을 퇴원한지 사흘만에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되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정신병원에 입원한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없어도 우리 아이는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에 따른 지원체계가 생기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목숨을 끊은 엄마는 ‘선물’이라는 장애인 부모들의 창작모임에 참여하였다고 하는데 아이와 죽지않고 살아가려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 더욱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뉴스로 전해들은 엄마의 마음이 담긴 창작시의 내용중

“우리 집 현관엔 항상 신발 두 켤레가 놓여 있다./ 아들 신발과 내 신발./ OO의 신발이 내 것의 두 배가 된 지도 오래./ 언제까지 내가 함께해 줄 수 있을까./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지 말아야지. / 오늘은 든든한 보디가드 OO이와 단풍 구경이라도 가야겠다.”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지 말아야지 라는 내용에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어쩜 이토록 나와 같은 삶을 살고있는건지... 저도 아이와 죽지않고 살아가려 발달장애인 법을 제정하던 결의대회도, 지하철 역사에서 하던 노숙농성에도, 삭발을 감행하던 삭발식 현장에서도 함께 눈물흘리며 시위에 참여해왔습니다. 그 현장에 함께하던 또 다른 ‘내’가 목숨을 끊었고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은 우리 ‘아들’이 엄마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내 목숨보다 귀한 내새끼를 내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수많은 집회에서 피눈물 흘리며 외치던 “엄마가 목숨걸고 지켜줄게.” 라던 다짐들을 뒤로 하고 그 아픈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걸까...

우리 경주지역은 장애인복지관이 단 한군데밖에 없습니다. 비장애아이들의 학원은 정상운영하는데 1:1로 수업하는 복지관 치료실은 휴관하여 운영하지않고, 비장애학생들은 다들 개학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던 주간보호센터와 평생교육센터는 아직도 휴관중입니다. 긴급돌봄을 한다고 하는데 프로그램은 마땅히 정해진게 없다고 합니다. 평생교육 이용자는 단 7명뿐입니다. 한 반에 20명이 넘는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발달장애인은 그룹별로 운영하는 주간활동서비스도, 7명밖에 되지않는 평생교육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니 하루하루 마음이 무너져만 갑니다.

전국의 모든 학교와 모든 치료실, 모든 주간활동서비스 운영기관이 운영중단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모두를 위해 거리두기를 실천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아이와 혹시 모를 우리 아이로 인한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하지만 사설 치료실, 그리고 경주지역의 또 다른 주간활동서비스 운영기관은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주지역의 단 하나뿐인 장애인복지관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할뿐입니다. 누구를 위한 장애인복지관입니까, 정작 코로나 19로 힘든 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서비스도 대책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않습니다. 오늘도 복지관 앞을 지나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언제쯤이면 이용할 수 있을까요?
“저희도 아직 시청에서 연락이 안와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더 이상 이 나라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돌봄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점차적으로 운영되는 모든 사회서비스, 교육서비스에서 정작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장애인들은 뒤로 밀려나 벼랑 끝에 서있습니다! 지난 3월 제주에서도, 지난 6월 3일 광주에서도... 또 다른 내가 벼랑 끝에 서있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무기한 휴관만이 답이 아닙니다. 또 다른 발달장애인 부모가 죽지 못해 오늘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오늘, 평범한 하루를 살아낼 내일을 기대합니다.

비장애인들의 교육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는만큼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도 한발 더 내딛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19를 이유로 장애인과 가족들과의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즉각적인 서비스를 운영, 시행하여 주시고 다른 사설 치료실이 운영하는 만큼, 학원이 운영되는 만큼의 열정이라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살려주세요!

청원동의 191